신임 伊총리 "독일차 탈 수 없다" 말한 이유

입력 2022-10-24 19:36
수정 2022-10-24 21:55

'강한 이탈리아'를 내걸고 당선된 조르자 멜로니(45) 신임 이탈리아 총리가 첫 출근길부터 '자국 주권 강조'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관용 차량을 국산 차로 채택하거나, 변경하는 국가 부서명에 'made in italy'를 넣으면서다.

멜로니 총리는 공식 업무 첫날인 2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의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 세단을 타고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 입성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총리 관용차도 '주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멜로니는 바로 전날인 22일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취임 선서하고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당시 멜로니 총리는 가족들과 함께 흰색 피아트 500X 차를 타고 퀴리날레 궁에 도착했다. 평소 멜로니 총리는 독일 BMW 계열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를 애용한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국산 차를 선택했다. 취임 선서식을 마친 뒤, 멜로니는 전임 총리실에서 제공한 독일 명차 아우디 A6를 타고 귀가했으나, 수입차를 수락한 것은 이날 하루뿐이었다.

멜로니 총리는 의전실 담당자에게 "이탈리아의 총리인 내가 독일 차를 탈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관용차 중에 방탄 기능이 장착된 차종은 아우디와 폭스바겐뿐이다. 전임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폭스바겐 파사트를 탔다. 마세라티 방탄차가 있었지만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해외 정상 의전 차량으로 쓰이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의전실은 장관 관용차인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 세단에 방탄 기능을 갖춰 멜로니 총리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 명칭 변경도 상징적이다. 멜로니 총리는 한국의 산업부에 해당하는 경제개발부의 명칭을 '상업과 메이드 인 이탈리아(businesses and made in Italy)'로 변경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