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정감사 이후 시작될 정기국회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정국 급랭의 최대 고비는 내년도 예산안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시작을 알리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종료 뒤 오는 25일 진행될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 시정연설의 대응 수위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대통령이 국회에 온다면 강경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거세게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틀며 “사과하지 않을 거면 국회 출입 금지를 명한다”고 했다.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대통령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등 심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과 노인 일자리 예산, 지역화폐 예산 등에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개편안을 두고 이미 ‘불가’ 의사를 나타낸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더욱 강경히 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3법, 노란봉투법 등 여당과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각종 법안의 강행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예결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예산을 고리로 정부를 압박해 입법 협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무게중심을 대여·대정부 투쟁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