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119 상황실로 걸려 온 '장난 전화'가 14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과 행정안전부가 장난 전화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9 장난 전화 건수는 143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가 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이 29건으로 그다음이었다. 충남은 20건이며 강원 16건, 전북 14건, 울산 12건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119 상황실에서는 신고 전화 내용에 따라 실제 긴급상황과 장난 전화를 구분하고 있다. 장난 전화 때문에 즉시 도움이 필요한 신고접수가 지연되면 소방대원 출동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5년 6개월간 119 장난 전화는 모두 3692건이다. 경기가 1554건으로 42%를 차지했으며 서울 638건, 전북 421건, 경북 239건, 대전 179건 등이다.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249건의 119 장난 전화가 상황실로 걸려 왔는데 경기가 11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북이 43건으로 그다음이었다.
정 의원은 "119는 화재 대응이나 긴급환자 발생 시 최전선에서 대응하는 인력"이라면서 "무심코 거는 장난 전화는 다른 위급한 화재에 적시 대응을 못하게 하거나 환자가 숨질 수도 있는 치명적 행위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며, 소방청과 행안부에서는 장난 전화에 대한 대응 및 처벌 강화 등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빈번한 장난 전화 탓에 '도지사'의 전화를 장난 전화로 오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前 경기도지사)이 그 주인공이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남양주에 있는 한 노인요양원을 방문했다가 암 환자 이송체계를 문의하기 위해 남양주 소방서 119 상황실 긴급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김 위원장은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전화를 받은 당시 소방위 A 씨는 "네 소방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재차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를 반복하면서 "우리 남양주 소방서 맞아요? 이름이 누구요?"라고 용건을 밝히지 않으며 관등성명을 물었다.
A 씨가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신 거냐"고 물어도 김 위원장은 "내가 도지사인데, 이름이 누구요? 지금 전화 받은 사람 이름이 누구냐고? 지금 전화 받은 사람 이름이 누구요?"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A 씨가 한숨을 쉬며 "예예,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어요"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내가 도지사라는데 그게 안 들려요? 이름이 누구냐는데 왜 말을 안 해"라고 했다. A 씨가 "선생님, 119에 지금 긴급 전화로 하셨잖아요. 무슨 일 때문에 전화했는지 얘기하셔야죠"라고 해도 김 위원장은 "아니 도지사가 누구냐고 이름을 묻는데 대답을 안 해?"라고 했다.
A 씨는 "여기에 전화하시는 분은 일반전화로 하셔야지 긴급전화로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되죠"라고 따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누구냐고. 이름을 말해봐 일단"이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전화를 끊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소방교 B 씨와의 통화에서도 A 씨와 B 씨의 관등성명을 물었고, 용건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A 씨는 김 위원장의 전화를 장난 전화로 오인해 이같이 대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태로 인해 경기 소방재난본부는 A 씨와 B 씨를 전보 조처하고 당시 녹음된 음원 파일을 이용해 소방관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의 화살은 김 위원장과 경기도청으로 향했다. 온라인상에는 각종 패러디물까지 쏟아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연일 김 위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논란이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위원장은 두 소방관을 찾아 어깨동무한 채 기념 촬영을 했고, 이들에 대한 전보 조치도 즉각 해제했다. 하지만 원직 복직 역시 '인사 조치 후 6개월 내엔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경기 소방재난본부 인사 규정을 무시하고 도지사 직권으로 내린 지시인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논란을 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