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에르메스, 구찌 등 고가 패션 브랜드의 실적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에르메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31억4000만 유로(약 4조4000억원)라고 발표했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도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51억4000만 유로(약 7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뛰어넘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197억6000만 유로(약 2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에르메스는 내년 제품 가격을 약 5∼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통상 연초에 1.5~2%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했지만, 올해 4% 정도 올린데 이어 인상 폭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샤넬은 지난해 대표적 핸드백인 '클래식 플랩' 가격을 3차례나 인상했다. 올해 초에는 '코코핸들' 백과 '비즈니스 어피니티' 백 등의 가격을 8∼12% 올렸다. 케링은 향후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으나, 새 컬렉션이 가격 인상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의 매출 증가와 가격 인상이 달러화 초강세에 힘입은 미국 관광객들의 소비 증가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했지만, 부유층의 구매가 이어진 명품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명품 판매는 자신들만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므로 경제 상황이나 경기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경기침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시장의 침체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