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대장동 특검' 제안 거부…"의도적 시간 끌기" [종합]

입력 2022-10-21 12:08
수정 2022-10-21 13:03

국민의힘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특검(특별검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때 도입하는 건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특검을 피하다가 이제 수사가 제대로 시작되니까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사건이라는 대장동 사건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공개돼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라며 "대장동 수사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는데,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문재인 정권의 친(親)정권 검사들은 의도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꼬리를 자르고 변죽만 울려왔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시 야당이던 우리 국민의힘은 지난해 무려 40여 차례에 걸쳐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고 특검 통과를 위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으며 심지어 원내대표 공개토론까지 요구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 특검 임명을 자신들이 하고 법안도 자신들이 내놓은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민생 법안'이라고 이름한 법안들을 보면, 민주당은 의지가 있었다면 (대장동) 특검법 통과는 100번이라도 더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특검 수사하면서 시간 끄는 것은 적폐 세력의 수법'이라고까지 했는데, 이 말씀 그대로 맞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지난 대선 TV 토론회에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해서 국민들이 도대체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며 "오늘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은 자신이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빼놓고 물타기, 물귀신 작전, 논점 흐리기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검은 할수록 정쟁이 심화한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면서 "이 대표는 특검으로 가고 정쟁을 없애서 민생에 집중하자고 하고 있지만, 정쟁을 없애고 가장 민생에 집중하는 방법은 지금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해서 결과를 구민께 보고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민주당을 동원하고 국회를 정쟁에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런 리스크를 아마 스스로 예상했기 때문에 지역구를 굳이 옮겨서 불체포 특권이 보장되는 의원을 하려고 했고, 또 당대표가 돼서 당을 방탄으로 세우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확신만 국민들에게 더 심어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개최 30분 전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정부와 여당에 제안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검찰이 수사망을 이 대표를 향해 좁혀오자 특검 카드를 꺼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며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 및 화천대유 실체 규명은 물론 결과적으로 비리 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준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문제점, 의혹, 그와 관련된 허위 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을 때린다고 해서 정부 여당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고, 정치보복의 꽹과리를 울린다고 경기침체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치보복의 시간을 끝내고 민생의 시간을 열어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특검 대상에 △부산저축은행 의혹 △김만배 누나의 윤 대통령 부친 자택 구입 경위 △조작수사 및 위증교사 의혹 등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선 "파도 파도 나오는 것이 없으니 이제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야당을 향한 노골적 정치 탄압과 보복 수사의 칼춤 소리만 요란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며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안 나오니 있지도 않은 불법 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강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지난해 4~8월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8억47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당초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혐의로 김 부원장을 체포하고 그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김 부원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은 민주당 측 반발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못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