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회의 7시간 생중계'로 지지율 올린 朴, 尹도 가능할까

입력 2022-10-22 09:00
수정 2022-10-22 09:06

"규제 개혁을 안 하면 소중한 대한민국 미래, 청년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을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질 각오해야 합니다"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방송 3사(KBS·MBC·SBS)를 통해 회의가 생중계되는 7시간5분 동안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한심한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지금 있는 (규제) 숙제부터 빨리빨리 해야지 그 부분도 못하면 신뢰가 가겠나요"라며 부처 공무원들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후 여론조사 결과(한국갤럽 2014년 3월 4주) 국민 10명 중 3명은 이 회의를 보거나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59%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같은 '생중계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대통령실이 오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지지율 여파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다"며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지난 10차까지 이어진 회의와 달리 회의 내용 전체를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이후 회의는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내용은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브리핑을 했다.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비공개 부분도 모두 공개하고 전 국민에게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등이 아닌 대통령 주재 회의를 생중계하는 건 이례적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흔치 않았다. 회의에서 나온 발언 하나하나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자칫 사소한 말실수가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규제개혁회의 생방송이 유일한 사례로 꼽힐 정도다.

청와대 규제개혁회의 생방송은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을 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갤럽이 2014년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1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같은달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포인트)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전 주보다 3%포인트 오른 59%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국민이 청와대 규제개혁회의 생방송을 어떻게 봤는지도 같이 조사했다. '규제개혁 점검회의 방송을 직접 듣거나 봤는지' 물은 결과 국민 열 명 중 세 명(30%)이 듣거나 봤다고 답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 방송된 만큼 20대는 열 명 중 한 명이, 60세 이상은 절반(48%)에 가까운 응답자가 방송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상경제민생회의 생방송이 청와대 규제개혁회의 생방송과 같은 유의미한 지지율 상승을 불러올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우선 규모가 청와대 규제개혁회의보다 크지 않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5분 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 당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로 예정된 회의를 저녁까지 거르며 회의를 이어간 것이다. 이에 비해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총 90분 동안 진행된다. 예정 시간으로만 봤을 때 약 1/5 수준이다.

형식 면에서도 청와대 규제개혁회의는 '민관합동회의'인 반면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정부 부처' 중심 회의다. 청와대 규제개혁회의는 규제개혁과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당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부른 대규모 민관합동회의로 진행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강력한 규제해소 대책을 지시하면서 '불통' 이미지를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재계 관계자들 없이 정부 부처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작은 '말실수' 하나도 공들인 성과를 무너트릴 수 있다. 대통령실은 "11차 비상민생경제회의가 주어진 대본을 읽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회의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생중계 종료 직전까지 윤 대통령과 모든 참모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통해 '경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지지율 반등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들의 작은 말실수에 대한 우려보다는 국민이 경제 상황과 정부의 정책을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리스크가 더 크다”며 “회의를 통해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알려 나가면 된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