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신호 표지에 이탈리아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총리 집권 이후 경제적 위기에 빠진 영국의 현 상황을 이탈리아에 빗대어 표현한 게 문제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고대 로마 여신처럼 차려입고 한 손에는 피자 모양의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창처럼 긴 포크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삽화가 담긴 최신호 표지를 공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 해당 삽화와 함께 '브리탤리(Britaly)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브리탤리는 브리튼(Britain)과 이탤리(Italy)의 합성어로, 트러스 총리 집권 이후 정치·경제적 혼란에 빠진 영국의 상황이 이탈리아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안정, 저성장, 채권 시장에 대한 종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영국의 상황은 이탈리아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탈리아인들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니고 람베르티니 주런던 이탈리아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스파게티와 피자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제조업 강국인 점을 반영해 다음 표지는 항공우주, 생명공학, 자동차 또는 제약 부문에서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이탈리아를 훨씬 더 정확하게 설명해줄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경제 모델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람베르티니 대사의 트윗은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리트윗하는 등 많은 이탈리아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편, 해당 표지를 두고 영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런던 소아즈대학(SOAS)의 안토니오 안드레오니 개발경제학 교수는 트위터에 "영국에서 우리가 처한 혼란은 매우 영국적"이라면서 "이코노미스트 표지는 계급주의적인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고, 여전히 깊은 식민지 정신이 깃든 영국 엘리트들의 산물이다"고 비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