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즉시 가동하고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를 유예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강원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이슈 이후 확산하는 시장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김주현 위원장(사진)이 이같이 특별지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채안펀드 여유재원(1조6000억원)을 통해 회사채와 CP 등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고, 수요가 있을 시 그때그때 투자를 집행하는 ‘캐피털 콜’도 즉각 준비하기로 했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도 적극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날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5대 시중은행 재무담당 임원과 자금조달 상황을 점검한 뒤 LCR 규제 정상화 6개월 유예 방침도 밝혔다. LCR이란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예금과 국공채 등 고유동자산의 비율을 뜻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유동성 규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던 2020년 85%까지 낮췄던 LCR을 올해 말 92.5%를 거쳐 내년 7월까지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내년 6월까지 92.5%를 유지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LCR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채 발행액을 늘려 채권시장 혼란을 더하고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신용카드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외에 2020년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시행된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 등의 대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RP 매입은 마지막 수단이지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며 “긴축 와중에 한은이 나서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등과 합동단속반을 운영해 허위사실 유포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인혁/조미현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