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심은 '이글 나무' 있는 곳…나무도 특별한 일동레이크GC

입력 2022-10-20 18:23
수정 2022-10-21 00:48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GC에는 그린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 말뚝이 없다. 대신 여러 모양의 나무가 거리목을 대신한다. 일동레이크GC는 이런 나무를 50야드마다 심었다. 명품과 대중 제품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더니, 이것 하나만 봐도 일동레이크GC의 수준을 읽을 수 있다.

멋들어진 나무는 촘촘한 잔디와 함께 일동레이크GC를 빛내는 주인공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나무는 마운틴코스 2번홀(파5) 티박스 옆에 있는 버섯 모양 소나무(사진)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정을 축하하는 라운드에서 친 이글을 기념하는 나무다. 당시 에버랜드에서 관리하던 나무 중 하나를 이 회장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일동레이크GC로 이사한 지 26년 된 이 나무는 농심의 ‘특별 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에버랜드 나무 전문가들의 ‘출장 건강검진’도 매년 받는다.

힐코스 7·8번홀 뒤편 바위 언덕에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골프장의 터줏대감인 ‘일동송’이다. 이런 스토리를 안고 있다. 1995년 골프장 개장 직후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그러자 1999년 유명한 풍수학자 최창조 박사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최 박사의 해법은 “클럽하우스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산의 터가 너무 강하다. 바위동산 꼭대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중장비를 동원해 바위산 꼭대기에 심은 소나무가 지금의 일동송이다. 일동송을 심은 뒤 사고가 뚝 끊겼다고 한다. 정철수 일동레이크GC 대표는 “코스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는 일동송은 골프장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주는 안전지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