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은행의 ‘이자 장사’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 비교 공시에도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가파르게 뛰면서다.
20일 은행연합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9월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가계 평균 예대금리차는 2.27%포인트로 8월(2.19%포인트)보다 0.08%포인트 커졌다. 공시 첫 달인 7월(1.94%포인트)에 비해서는 0.33%포인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은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대출금리 상승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기엔 은행 대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변동형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뛴다. 반면 은행 예금의 절반 가까이는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 예금이어서 인상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5대 은행 중 지난달 정책서민금융대출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74%로 예대금리차는 1.9%포인트였다. 농협의 가계대출 금리는 우리(5.19%) 신한(5.06%) 하나(4.76%) 국민(4.72%) 등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농협 측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에 할당된 단기성 정부정책 자금을 대거 수신하며 예금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농협에 이어 우리(1.67%포인트) 신한(1.54%포인트) 국민(1.2%포인트) 하나(1.18%포인트) 순으로 가계 예대금리차가 컸다. 하나은행은 7월부터 3개월 연속 5대 은행 중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작았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토스뱅크의 가계 예대금리차(5.07%포인트)가 가장 컸고 케이뱅크(2.78%포인트)와 카카오뱅크(1.99%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