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싼 와인 50개 중 '절반' 알고 보니…

입력 2022-10-20 17:24
수정 2022-10-21 02:46
피노 누아에 대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싸다’ ‘어렵다’일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50개를 꼽으면 절반이 피노 누아일 만큼 다른 와인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어설픈 지식으로는 어떤 와인이 피노 누아인지 알아보기조차 어렵다.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사실 피노 누아는 가볍고 부드러워 초심자도 마시기 쉽다는 게 매력이다. 비교적 저렴하면서 맛이 좋은 엔트리급 피노 누아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의 물방울’ 로마네 콩티도 피노 누아
바야흐로 와인 대중화의 시대. 한국에서도 1만~2만원 수준에 품질까지 어느 정도 갖춘 와인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피노 누아는 이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피노 누아도 최소한의 향과 풍미를 맛보려면 3만~4만원은 써야 한다. 두 자릿수 가격대가 당연했던 때에 비하면 문턱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출발선이 다르다. 병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도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다.

이런 경향은 피노 누아 품종의 태생적 연약함 때문에 나타난다. 피노 누아는 “그 어떤 품종보다 키우기 어렵다”고 한다. 토양, 지형, 강수량, 일조량 등 테루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애초에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피노 누아의 최고 산지인 부르고뉴는 약 1000년 전부터 토양과 기후에 따라 포도밭 구획을 촘촘하게 나눴다. 이렇게 섬세하게 와인의 품질을 통제했다.

하지만 부르고뉴 지역은 프랑스 전체 포도밭 규모의 3%에 불과하다. 게다가 피노 누아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다른 품종보다 적다.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피노 누아 대중화를 위한 돌파구는 열리고 있다. 미국, 뉴질랜드, 독일, 칠레 등은 물론 부르고뉴 안팎에서도 새로운 생산지가 등장하고 있어서다. 부르고뉴산 피노 누아 라벨 읽기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거의 100% 레드는 피노 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 단일 품종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생산된 고급 와인은 라벨에 품종 이름을 적지 않는다.

대신 그 포도가 생산된 마을과 밭, 원산지 등급, 와인 생산자와 병입업자 이름 등을 빼곡히 적는다. 테루아에 민감한 피노 누아의 특성상 어디서 누가 생산했는지가 곧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부르고뉴 라벨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원산지 등급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지역, 마을(코뮌 또는 빌라주), 1등급 밭(프리미에 크뤼), 특급 밭(그랑 크뤼) 단위로 등급이 나뉜다. 뒤로 갈수록 등급이 높아지고, 포도 품질이 탁월하다. 보통 밭 단위 와인이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백미로 여겨진다.

지역 단위 와인은 라벨 가장 위쪽에 부르고뉴라고 크게 쓰여 있는 사례가 많다. 원산지 통제에 따라 명칭을 표시하는 제도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도 가운데에 부르고뉴가 적혀 있다. 마을·밭 단위로 지정되지 않은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표시다.

그 밑에는 와인 병입업자, 생산자 이름을 적는다. 특히 포도밭 하나를 여러 생산자가 나눠 소유하는 경우가 많은 부르고뉴 특성상 와인을 고를 땐 생산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을·밭 단위 와인의 라벨에는 부르고뉴가 아니라 해당 마을과 밭 이름이 각각 들어간다. 밭 단위 와인의 경우 유명한 양조장의 이름을 가장 크게 적기도 한다.

1등급인지 특급인지는 그 바로 아래 표시한다. 가령 ‘루이 라투르 코르통 그랑시 그랑 크뤼’의 라벨을 보면 가장 큰 글씨로 적힌 ‘샤토 코르통 그랑시’는 양조장 이름을, 그 아래 ‘그랑 크뤼’는 포도밭 등급이 최고 특급임을 뜻한다.

그 아래 ‘코르통’이 가운데 들어간 AOC는 이 와인이 코르통 밭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맨 밑에 적힌 ‘루이 라투르’는 이 와인의 생산자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