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피노 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보다 타닌이 조금 더 많습니다. 자연의 향도 더 많이 나죠.”
칠레에서 코노수르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폴 코나 대표(사진)는 칠레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에 대해 지난 18일 이렇게 설명했다. 칠레가 부르고뉴보다 기후가 따뜻하다는 점이 반영된 특징이란 얘기다. 코나 대표는 한국 와인시장 조사 등을 목적으로 17~18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했다.
스페인어로 ‘남쪽의 뿔’이라는 뜻인 코노수르는 칠레 콜차구아밸리에 있다. 칠레의 국토는 남북으로 약 4300㎞ 길게 늘어져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이 그대로 담긴 이름이다.
피노 누아는 코노수르의 도전정신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품종이기도 하다. 부르고뉴가 피노 누아 최대 산지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코노수르는 후발주자로서 부르고뉴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코나 대표는 “코노수르와 피노 누아의 인연은 우연에서 시작됐다”며 “와이너리 설립 당시 콜차구아밸리에 오래된 피노 누아 포도밭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밭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1999년 ‘피노 누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부르고뉴 부럽지 않은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코노수르는 포도 생육과 와인 양조에 기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탄소 배출 0% 와이너리’를 지향하고 있다. 직원들은 와이너리 내에서 자동차를 탈 수 없고,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거위를 풀어 땅속의 벌레를 잡아먹게 하는 것도 친환경 생산 방식의 일환이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로 포도 생산량이 줄고 있다. 코나 대표는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해서 포도와 와인의 맛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유는 코노수르의 비전이 ‘품질’ ‘혁신’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라는 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코노수르는 한국 와인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게 즐긴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군도 이에 맞췄다. 코나 대표는 “칠레 와인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코노수르의 피노 누아 와인 중에는 20만원대 와인도 있다”며 “그만큼 우리 제품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글=이미경/사진=허문찬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