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분양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부산 청약시장이 뜨겁다. 부산진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부산 실수요자들이 최고 78점짜리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인근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조합원 물량과 특별공급 물량을 제외하면 일반공급 물량은 많지 않았다"며 "청약 전부터 이미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고 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부산진구 양정동에 들어서는 ‘양정자이더샵SK뷰’는 전날 당첨자를 발표했다. 당첨 최고 가점은 78점이었다. 전용 59㎡ 주택형 해당지역 청약에서 나왔다. 78점이 되려면 무주택 기간 15년(32점), 부양가족 수 5명(30점), 여기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4년(16점)은 넘어야한다. 청약통장은 84점이 만점이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가 아닌 전용 59㎡에서 최고점 통장이 나온 것에 대해 전문가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통장 점수 69점 이상은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 점수대"라면서 "전용 59㎡에서 78점짜리 통장이 접수된 것은 확실하게 분양받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8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는 73점으로 전용 84㎡A에서 나왔다. 최저 당첨 가점도 62점으로 높은 수준이다. 평균 당첨 가점은 65.97이 나왔다. 이 면적대는 77가구를 모집하는 데 1만2844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60.03대 1로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이어 △전용 84㎡B 63.13점(최저 당첨 가점 60점/최고 당첨 가점 69점, 이하 최저/최고) △전용 84㎡C 62점(60점/65점) △전용 72㎡A(57점/69점) 등을 기록했다. 8개 면적대에서 5개 면적대 최고 당첨 가점이 69점을 넘겼다. 청약가점 69점은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만점이다.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로 채워야 한다.
고점 청약자가 몰린 것은 부산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다. 정부는 '2022년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열고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남구·연제구·서구·동구·영도구·부산진구·금정구·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 등 부산 14곳을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면 해제했다.
비규제지역이 된 부산에서는 청약 조건이 완화됐다. 만 19세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6개월 이상, 예치금을 충족한 부산·울산·경남 거주자면 가구원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 주택 소유 여부, 재당첨 여부도 상관없다. 대출 규제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최대 70%까지 늘어났다.
가격 매력도 부각됐다. 분양 단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를 심사한다. 비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투기지구, 조정대상지역보다 기준이 낮다. 사업 주체가 원하는 가격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원자잿값 상승, 공사비 인상 등으로 향후 분양가는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조정대상지역일 때 분양가 심사를 받은 곳이었다. 사실상 합리적 분양가의 '막차'였다는 해석이다.
양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청약을 앞두고 부산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단지가 관심을 받았다"며 "여기에 조정대상지역일 때 분양가를 책정받은 점, 일반공급 물량도 얼마 되지 않는 점 등 때문에 이미 경쟁은 예고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2일 이 단지 540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는 3만179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58.87대 1이었다. 지난 11일 504가구(기관 추천분 제외)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에 5780명이 청약통장을 던지면서 평균 경쟁률 11.46대 1을 기록했다. 이틀간 3만7000여명이 청약을 넣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