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5세 이상 인구 무려 2억명…시진핑 3기 '가시밭길'

입력 2022-10-20 14:34
수정 2022-10-20 15:04

중국에선 최근 '미부선로(未富先老·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리겠다'는 자조섞인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인 2022~2027년 사이에 60여년 만의 첫 인구 감소가 나타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인구 감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최근 "14차 5개년 계획기간(2021~2025년)에 인구 감소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구 감소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또는 내년에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인도에 인구 대국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도 전망된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한다면 이는 '대약진 운동' 여파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961년 이후 처음 발생하는 사건이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풍부한 노동력과 방대한 시장은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인구 감소로 중국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이먼드 융 ANZ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빠른 고령화에 동반하는 생산성 저하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연간 신생아 수는 1980년대 2000만명을 훌쩍 넘었지만 '1가구 1자녀' 정책 여파로 2000년대 들어 1000만명대로 떨어졌다. 2자녀를 허용한 2017년 1700만명으로 반짝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1062만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출생자로 계산하는 출생률은 2021년 7.52명으로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8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중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1년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억명을 넘으면서 고령사회(14.2%)로 들어갔다.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은 2033년 전후로 관측된다.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발전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같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2000달러였지만 중국은 1000달러에도 못 미쳤다. 한국이 고령사회에 들어간 2018년 3만달러를 넘었지만 중국은 지난해 1만2500달러였다.

노동력을 뜻하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3년 10억58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9억6776만명으로 떨어졌다. 전체 인구에서의 비중은 같은 기간 73.9%에서 68.5%로 내려갔다.

중국은 인구 추세 감소를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사교육 억제, 집값 대책 등을 잇달아 내놓은 배경에도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낙태가 자유로웠던 중국에서 낙태 제한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년 연장도 추진하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로 연금 재원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 악화는 중국 성장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인프라 투자의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노동력 감소로 인해 미국과의 경제력 역전이 불가능하거나, 일시적으로 넘어서더라도 다시 역전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정년은 현재 남성이 60세, 여성은 기본 50세에 간부급 또는 사무직이 55세다. 지난해부터 남성과 여성을 통일해 65세로 늘리자는 주장이 관변학자들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한데다, 정년이 다가온 근로자들까지 반대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태어났던 80년대 이후 세대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으면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은퇴연령(60세) 이상 고령자의 수입에서 가족 부양이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은 25%, 노동수입이 20% 순이었다.

80년대생들이 '낀세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본 90년대 이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성공도 포기하는 무기력이 확산하는 것도 중국의 위기로 꼽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