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멜론)에서 7550원(카카오T). 카카오 산하 서비스가 유료 멤버십 이용자에 대해 발표한 서비스 장애 보상안 금액 범위입니다. 카카오T 택시기사 보상안에 대해 일각에선 '법정 최저시급(9160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서비스 이용 차질에 대한 보상을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다 서비스 장애를 겪은 이들에 대한 보상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무료 서비스 보상, 가능은 할까카카오는 메신저·결제·교통·콘텐츠·메일 등 각 분야에 걸쳐 최장 닷새간 서비스 장애를 냈는데요.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이에 대한 보상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카카오가 무료 서비스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고 확언한 것은 아닙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신고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과 범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무료 서비스 보상에 대해선 사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가 지난 19일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한 것도 이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일괄 금액 보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일단 일괄 금액 책정 단계부터 발목을 잡히기 쉽습니다. 카카오 주주들의 반발이 매우 높을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액은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에 직결됩니다.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이유입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광고 외에는 직접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해 금액 보상을 한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게 경영 리스크가 될 위험도 있습니다. 카카오가 적용 받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에 대한 손해배상은 무상 서비스인 경우 예외가 인정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33조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 원인과 후속 대응이 미흡한 경우라도 보상 의무가 아예 면책되거나 대폭 감면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가 개별 사안에 대해 자체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여론 눈치를 봐서 회사 비용을 맘대로 썼다'는 의혹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괄 보상한대도 돈 줄 방법이…"현실적인 제약도 큽니다. 어찌어찌 특정 금액을 책정했다 해도 국내외 모든 이용자의 계좌를 파악해 돈을 보내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카카오톡 서비스만 예로 본대도 그렇습니다. 소비자 대상 보상 업무에 관여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카카오톡 서비스와 카카오뱅크 계좌를 연결하지 않은 이들도 정말 많다"며 "일일이 개인 계좌를 받아 확인한 뒤 금액 보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 사람이 카카오 계정을 두 개 이상 쓰는 경우, 국내 계좌가 없는 해외 이용자 등까지 고려하면 문제가 더욱 까다로워진다"며 "앞서 서비스 장애에 대해 일괄 금액 보상을 했던 통신사나 증권사 등은 서비스 이용 차질을 받은 각 이용자 계정마다 요금 납부용 혹은 증권 거래용 계좌가 이미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일괄보상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T 유료멤버십 보상, 최저시급 이하인 이유유료서비스에 대한 보상도 피해 사례 기반보다는 요금을 단순 일할적용한 정도로 보상이 이뤄질 공산이 큽니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피해 접수를 받긴 하지만 아주 큰 영향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유료 이용자에 대한 보상은 장애 시간만큼 서비스 요금을 보상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카카오의 유료서비스 대부분이 일괄 보상을 적용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자간담회 당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 대해 보상안을 통보했습니다. 장애가 발생한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유료로 멤버십에 가입해 있던 택시기사들에게 755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앞서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플랫폼 내 재화(포인트) 격인 멜론 캐시 1500원, 혹은 이용권 3일을 보상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이용자 전원에게 3000캐시를 지급합니다.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일단 특정 이용자의 피해 여부와 이용자가 주장하는 손해 폭이 실제로 적절한지를 전부 조사하기엔 보상에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손해 접수를 여러 이유로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과 손해를 적극 주장한 이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개인 손배소 잇따를 가능성도이렇다보니 개개인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T 멤버십을 유료로 이용해온 택시기사들이 그렇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단독취재에 따르면 개인 택시 기준 택시업계의 매출은 약 10% 줄었습니다. 7550원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규모입니다. 나머지 실제 손실분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료서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일연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상으로도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선 민법상 손배 청구를 해야할 것"이라며 "카카오가 이번 사태에 과실이 있는지, 발생한 손해가 서비스가 원활치 않아 발생한 손해가 맞는지, 카카오 측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생한 손해인지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접속이 한동안 되지 않은 메일 서비스 등의 경우 전화나 타 메신저 앱 등 다른 방법으로 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 단순히 불편을 초래한 정도라면 배상이 인정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카카오의 예측 가능성에 대해선 판사의 판단에 따라 일부 손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며 "카카오톡 등이 '범국민 서비스'다 보니 이 서비스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활동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기업이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는 손배 인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카카오는 일단 이번 사태로 인한 자사의 직접 보상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선 "보상 선례도, 기준도 없다"며 "다양한 사례를 보며 판단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입니다.
복수의 IT기업 관계자들은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폭도 크지 않은 판국에 무료 서비스 보상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자가 각 현업 담당자들의 의견을 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대표적인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경우 보상을 한대도 춘식이나 라이언 이모티콘 정도를 일괄 지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였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