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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2010년 개장 이후 최고치로 상승(위안화 약세)했다.
인민은행은 20일 10월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1년 만기는 연 3.65%, 5년 만기는 연 4.3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과 같다. 지난 8월 인하 이후 두 달 연속 동결이다.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중국은 2019년 8월부터 이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평균치를 발표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으로 LPR을 결정한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16일 정책자금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연 2.75%)하면서 LPR 동결을 시사했다.
인민은행은 올해 1년 만기 LPR을 1월과 8월 두 차례, 5년 만기는 1월과 5월, 8월 세 차례 인하했다. 5년 만기 LPR을 더 자주 내린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하강 추세를 볼 때 기준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로 2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CPI 구성 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290억달러(약 4339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932억달러(약 277조원) 줄었다. 외국인은 2~8월 7개월 연속 중국 채권을 총 5000억위안(약 1000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으로 주춤했던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최근 다시 가속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 주식 등 위안화 표시 자산의 상대적 가치도 떨어진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 그만큼 위안화 표시 자산 매각 수요가 커지고, 이는 다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역외시장인 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이날도 장중 최고치가 0.18% 오른 1달러당 7.2790위안을 나타냈다. 2020년 중국이 역외 외환시장을 개장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역외시장은 역내시장과 달리 인민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기준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민은행은 이날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1달러당 7.1188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기준환율을 7.1위안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 역내시장 환율은 기준환율의 상하 2% 이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이날 기준환율로 보면 1달러당 6.9764~7.2612위안 사이다. 역내시장 환율은 이날 장중 최고 7.2433위안까지 올라 상한선에 0.02위안 차이로 다가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하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환율이 7.3위안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S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약세는 언제나 우려스러운 전조"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