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자신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착수한 데 대해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 하는 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이 맡긴 권력을 야당 탄압에 소진하고 있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남욱 변호사의 녹취록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10년 동안 (이 대표를) 찔렀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 우리끼리 돈 먹은 건 2층 시장실이 알면 큰일 난다'는 내용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 말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명백하다"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 탄압하고 정적 제거하고 정권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위례·대장동 신도시 개발 의혹'과 관련해 김 부원장을 전날 오전 체포하고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위례 개발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김 부원장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민주당 의원 등의 거센 반발로 약 8시간의 대치 끝에 철수했다.
검찰은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불법 자금 수수 혐의자가 사용하는 사무실에 국한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정치검찰이 광란의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반발하며 당사 입구를 가로막았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중단도 선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윤석열 정치검찰이 우리 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며 "의원들께서는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즉시 중앙당사에 집결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일부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중단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떳떳하다면 문을 열고 정당한 법 집행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진행된 검찰의 법 집행 절차를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8억 원이 넘는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검찰은 이 부패 사건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는 민주당의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또 다른 범법행위이자,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은 어제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을 단독 강행 처리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패배하고서도 의회 독재를 거침없이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더니 부패 혐의를 받는 자당 대표 최측근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겠다면서 느닷없이 국정감사 중단을 일방 선언했다. 대한민국 국회가 민주당이 힘자랑하는 놀이터냐"고 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당한 법 집행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오늘 체포된 김용에 대해 검찰의 '조작 의혹'을 내세우고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돼 법원이 발부한 것인데, 도대체 민주당은 무엇을 숨기고, 누구를 지키려고 힘으로 정당한 법 집행을 막아서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는 청와대를 향해 민주당은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청와대의 문을 열어주고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 소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며 "민주당의 압수수색 집행 거부는 스스로 결백을 증명할 수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당사의 문을 열어주고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 소명하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