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나스닥 상장 바이오텍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다. 20일 국내 증권가에선 상업화 신약과 미국 판매망을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로 생명과학 사업의 보폭을 확장해 글로벌 신약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화학은 지난 18일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주당 15달러, 총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주가에 43%의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얹었다.
아베오의 핵심 제품은 혈관내피생성인자수용체(V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포티브다’(성분명 티보자닙)다. 2017년 신세포암 1차 치료제로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세포암(RCC) 3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상업화 제품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를 통해 불확실성을 낮췄다”며 “현지 유통망 및 상업화 경험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연구개발(R&D) 후보물질과의 상생(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바이오텍 인수합병(M&A)의 프리미엄이나 주가수준(멀티플)을 고려하더라도, 인수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포티브다의 최대 매출은 2028년 4억2000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LG화학의 인수가격은 포티브다 최대 매출 대비 1.3배 수준으로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 아베오가 포티브다의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동일한 VEGFR TKI 기전인 화이자의 ‘인라이타’가 작년 1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키트루다’ 병용으로 신세포암 1차 치료에 대해 FDA 승인을 받은 것에 비하면 아직까지 경쟁력은 약하다”면서 “다만 포티브다 역시 ‘옵디보’와의 병용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적응증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인수는 약물의 경쟁력을 떠나 신약개발 사업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 바이오텍 인수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FDA 승인 약물을 통해 미국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최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미국 의약품 인허가, 판매·마케팅 경험, 조직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후보물질 개발 후 직접 판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4만원을 유지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