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넉 대가 4개월 만에 괌에 전진 배치됐다. 해상완충구역 내 포 사격 등 북한의 연쇄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사시 한반도에 신속 전개할 전략자산을 통해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항공기 추적서비스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공군기지를 출발한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넉 대가 지난 18일 오전 괌 앤더슨기지에 차례로 도착했다. 에어크래프트스폿은 “북한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B-1B가 새로운 폭격기 임무를 시작한다”며 전폭기의 항적 이미지도 함께 게시했다.
B-1B의 괌 전개는 지난 6월 4일 이후 4개월 만이다. B-1B는 북한의 중대 도발 시 가장 먼저 한반도에 전개될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마하 1.25의 속도로 비행해 괌 기지에서 2시간 남짓이면 한반도 상공에 올 수 있다. 핵폭탄 등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무기를 장착·투하할 수 있어 괌 배치 자체가 북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란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도발 횟수를 늘리며 긴장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상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후 10시께 황해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 발, 오후 11시께부터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50여 발의 포 사격을 했다. 19일에도 낮 12시30분께 황해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 발의 포 사격을 했다. 낙탄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 내였다. 지난 14일 다섯 차례의 포 사격까지 합치면 엿새 동안 모두 여덟 번에 걸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한은 우리 측에 책임을 돌리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군의 정례 군사훈련인 호국훈련을 도발의 핑계로 삼았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에서 “10월 13일과 14일에 이어 18일에도 적들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군사적 도발을 또다시 감행했다”며 “중대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18일 밤 아군 동부 및 서부전선 부대들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서 동서해상으로 위협 경고 사격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변인은 “적들의 북침 전쟁연습인 ‘호국22’가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감행된 이번 도발 책동을 특별히 엄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오는 31일부터 대규모 공중훈련을 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도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상시 배치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국방 관계 및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과 약속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