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낙점說…금융 CEO 인사 벌써부터 혼탁

입력 2022-10-19 17:58
수정 2022-10-20 02:01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로 실적 면에서는 연임에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민간 협회장에 관료 출신 인사가 낙점되면서 금융회사 인사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고 정치권 개입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기업·BNK ‘외풍’ 부나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해외 출장과 관련해 출처 불명의 미확인 루머가 돌았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있었던 지난 11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감 출석을 피하려 해외 출장을 떠난 손 회장이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손 회장은 4~7일 독일 등 유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국제기구를 방문하고 8일 귀국했다. 곧이어 11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15일 돌아왔다. 열흘 이상 회장 자리를 비울 수 없어 9~10일 국내에서 밀린 업무를 챙겼다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임기 종료가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최대 순이익(2조8074억원)을 달성했고 손 회장도 지난 7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소송 2심에서 승소해 ‘사법 리스크’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으로 완전히 민영화된 만큼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은행에선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행장의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거론되자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을 감독하던 금감원장을 은행장에 앉히는 게 새 정부가 추구하는 상식이고, 공정이냐”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 이전까지 조준희·권선주·김도진 등 3대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다.

BNK금융도 국감에서 CEO 선임 규정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김지완 회장이 회장 후보군을 BNK금융 사내이사와 자회사 CEO 등으로 제한했다는 지적이었다. 외부 후보자 추천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주장이었지만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BNK금융은 회장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고 있어 2020년 3월 연임한 김 회장은 추가 연임도 불가능하다. ○농협금융 관료 출신 회장 오나오는 12월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손 회장은 지난해(2조2919억원)와 올해 상반기(1조3505억원)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정도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내부 출신은 초대 신충식 회장과 손 회장 두 명뿐이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 등이 있어 지배구조가 안정된 덕분에 ‘관치 외풍’엔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차기 회장의 주요 후보군 중에선 3연임에 도전하는 조용병 현 회장이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를 탈환할 정도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발목을 잡았던 신한은행 채용 비리 재판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법적 리스크도 해소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