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악하게 살고 있으니까 높은 분담금을 감수하고라도 재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요.”(서울 망원동 A구역 주민)
“재건축 기대에 아직까진 매물이 없어요. 분담금을 못 버틴 주민들이 나오면 내년 초에는 매물이 나올 것 같네요.”(망원동 C공인 관계자)
노후 주택이 많은 망원동 일대에 ‘미니 재건축’ 붐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 소규모 재건축 지원책인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한강 조망 신축아파트’를 내걸고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망원동 재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만 소규모 재개발로 인한 높은 조합원 분담금이 막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4㎡에 조합원 분담금 5억원 필요’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망원동에서는 9곳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3곳이 조합 방식이 아닌, 신탁사가 재개발 동의서를 징구하며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망원동 454의 경우 연면적 1만550㎡ 규모로 B신탁사가 토지 소유자들에게 사업 동의서를 받고 있다. 신탁사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8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B신탁사는 이 문턱을 넘은 상태다. 이 신탁사는 재개발 시 예상되는 분담금도 주민에게 안내했다. 현행 조례대로 용적률 250%를 적용해 15층 규모 아파트를 지을 경우 토지·주택 감정가액이 3억원인 집주인은 전용면적 84㎡ 새 아파트를 받는 데 5억1700만~5억3380만원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체 분양가는 8억원 선이다. 전용면적 59㎡의 예상 분담금은 약 3억원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특성상 일반 재개발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담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망원동 454의 경우 토지 등 소유주 수는 146명으로 신축하면 218가구 규모 단지가 된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노원역과 가까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모아타운도 대지지분 33㎡ 빌라 소유자가 전용면적 84㎡짜리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최소 4억~5억원대 분담금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분담금이 미니 재건축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일반분양분이 적은 서울 한남3구역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재개발에서 5억원 이상 분담금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재개발에서 종전 감정가액 2억원짜리 주택 소유주가 전용 84㎡를 받기 위해 3억원 안팎을 분담하는 데 비해 부담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분담금 적정성 놓고 ‘갑론을박’가로주택정비사업의 적정 분담금이 얼마 정도인지를 논하기에는 아직 사례가 많이 쌓이지 않은 상태다. 나날이 오르는 건축비와 지역별 입지 등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신탁사 측은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할 정도로 입지가 탁월해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결코 분담금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 사업지와 맞닿은 신축 단지인 마포한강아이파크(2018년 준공, 385가구 규모)의 경우 지난달 15억원(전용 84㎡, 3층)에 거래됐다.
추정 분담금에 각종 인센티브와 입지 호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의 경우 비교적 적은 기부채납(공공기여)을 통한 용적률 완화, 주차장 조성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적지 않다”며 “분담금은 건축 계획과 입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주민 부담이 과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