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에서 한 기조연설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2036년 서울 하계올림픽 유치를 지지하는 내용이 ‘쏙’ 빠져 있어서다.
ANO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맹한 각국 국내올림픽위원회(NOC)의 연합기구로 스포츠업계 ‘유엔총회’로 불린다. ANO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1986년과 2006년에 이어 세번째다.
특히 이번 ANOC 총회에선 윤 대통령이 2036년 서울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통령실에서도 이런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전인 지난 17일엔 윤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ANOC 고위 관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 행사도 열었다. IOC는 ANOC의 집행조직으로 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윤 대통령 이날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미래 세대를 위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서울올림픽 유치는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엔 ‘윤 대통령이 토마스 위원장에게 하계올림픽 유치 지지를 부탁할 것”이라는 모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같은 날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2.8%가 ‘하계 올림픽 개최 재도전’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오 시장은 이날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도 “다음 주 유럽 출장에서 (올림픽 유치) 의지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는 24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세계올림픽도시연합 연례회의’에서 올림픽 개최 의지를 밝히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오세훈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하계 올림픽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며 “대통령실이 오 시장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림픽은 경쟁을 거쳐 주최 도시를 선정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 중앙정부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다.
여권에선 오 시장과 ‘윤핵관’ 그룹 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 12일 서울시 국감에선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오 시장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에선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TBS에 대한 개혁에 오 시장이 미온적”이라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세계 3대 국제 행사인 세계박람회와 하계올림픽을 동시에 추진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미다. 오 시장도 이날 “엑스포와 올림픽을 동시에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저로서도 조금 부산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