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9일 15: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스크팩 시트 제조업체 셀바이오휴먼텍이 스팩합병 방식으로 1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한다. 얼어붙은 증시와 실적 부진을 감안해 3년 전보다 기업가치 눈높이를 3분의 1 이상 낮췄다. 프리IPO 단계에서 2000억원 기업가치로 투자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FI)는 현금 상환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셀바이오휴먼텍은 한국거래소에 대신밸런스제12호스팩(이하 대신제12호스팩)과 스팩합병 심사를 청구했다. 스팩 소멸 방식으로 셀바이오휴먼텍이 존속하고 대신제12호스팩이 소멸된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지만 같은 해 10월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 상장을 노렸지만,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스팩 합병으로 상장 트랙을 바꿔 재도전한다.
2015년 설립된 셀바이오휴먼텍은 마스크팩 시트 관련 소재 업체다. 목화에 들어있는 천연물질인 셀룰로스를 활용해 피부 자극을 줄이면서도 밀착력을 높이는 시트를 개발해 국내외 마스크팩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부터 창상피복재를 양산하며 의료용 시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창상피복재는 약해진 피부 장벽을 보호하고 오염을 방지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의료기기다.
셀바이오휴먼텍과 대신제12호스팩의 합병비율은 1대 0.3323363다. 스팩 주주가 가진 0.3323362주당 셀바이오휴먼텍 1주를 교부한다는 의미다.
합병 과정에서 셀바이오휴먼텍의 기업가치는 약 650억원으로 책정됐다. 셀바이오휴먼텍의 발행주식 수와 합병비율 감안한 합병 신주, 대신제12호스팩의 전환사채 물량 등을 더한 주식 수에 합병가액을 곱한 수치다.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19년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헬스케어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펀드)는 셀바이오휴먼텍에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82%(주식 수 89만3376주)를 확보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으로 매겨졌다.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펀드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하이랜드캐피탈이 공동 운용(Co-GP)을 맡아 결성한 펀드다. 국민연금이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도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 증시가 침체하면서 셀바이오휴먼텍과 동종업계에 있는 상장사의 주가가 급락한 데다 주요 매출처인 중국 수출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상반기에 매출 128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약 25% 하락한 수준이다.
이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자 셀바이오휴먼텍은 높은 기업가치를 고수하기보단 상장 자체에 목표를 두고 스팩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2000억 밸류로 200억원을 투자한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펀드는 상환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올해 1월 일부 우선주에 대한 상환권을 행사해 2월 셀바이오휴먼텍으로부터 140억원을 회수했다. 지분율은 기존 9.82%에서 3.16%로 낮아졌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펀드가 보유한 잔여 우선주 40억원(26만7000주)도 2023년 4월까지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6월 말 기준 셀바이오휴먼텍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는 약 60억원이다. 스팩합병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 자산 등을 고려하면 상환 재원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