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표 사퇴에 인프라 투자까지…등돌린 민심 수습 '총력' [종합]

입력 2022-10-19 13:14
수정 2022-10-19 16:23

"이번 사고는 카카오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것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 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습니다."

카카오가 서비스 먹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표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료 이용자를 포함해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서비스 인프라 투자도 약속했다. 카카오가 강조한 '처절한 반성'이 등 돌린 이용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남궁 대표는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 서비스를 책임 지는 대표로, 어느 때보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카카오 쇄신을 위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자리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책임져나가겠다"고 했다.

남궁 대표의 사임은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 나흘 만, 수장 자리에 오른 지 7개월 만이다. 대표이사 자리에선 물러나지만 회사를 나가는 것은 아니다. 비대위에서 사태 수습을 책임진다.

그는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일을 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의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임하게 될 줄 상상 못했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남궁 대표는 "TV에서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자가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책임을 지는 건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근본 원인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임과 사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보상안' 윤곽도 나왔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고객센터 외에도 피해신고 접수를 받는 별도 신고 채널을 열기로 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가 여러가지 있다. 유료서비스는 피해를 바로 바로 보상하고 있다"며 "무료서비스 이용 피해에 대해선 저희가 신고를 받아보고 사례들을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접수 채널은 이용자들이 모를 수 있으니 2주 정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C&C 구상권 청구 문제에 대해선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여러 사고원인 조사가 끝나면 그 논의도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SK(C&C)와의 책임 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고도 했다.

서비스 먹통 원인에 대해서는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된 원인은 이중화에 있다"고 답변했다.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있었지만,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셧다운 훈련이 없었느냐는 질의에는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홍 대표는 "재난 대비 훈련은 하지만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가정한 대비 훈련은 한 적이 없었다"며 "데이터센터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대응해서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운영도구 이중화는 판교 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되는대로 시작하겠다. 안정화 이후 2개월 안에 유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 시흥에도 오는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한다.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내진과 같은 방재시설 구축에 힘쓰기로 했다.

당국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홍은택 대표는 "관계 당국의 우려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면서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는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