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에서 ‘브레인’으로 불리는 왕후닝(67·사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공산당 서열 5위인 왕 서기가 서열 2~3위가 맡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승진할 거라고 보도했다. 리잔수(72) 전인대 상무위원의 뒤를 잇게 되는 셈이다.
SCMP는 “왕후닝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에 남는다는 사실은 큰 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 지도부 개편에서 ‘연속성’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는 당 대회가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67세까지는 유임되고 68세부터는 공직에서 물러나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관행이 있다. 이 관행에 따라 70세를 넘긴 리잔수 상무위원과 한정 부총리가 퇴임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부흥)’을 설계한 책사 중 한 명인 왕 서기는 중국 내에서 '왕좌 뒤 브레인'으로 불리는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국제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왕 서기는 30세 나이로 상하이 푸단대에서 최연소 부교수가 됐다. 그는 1986년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가 경제·정치적으로 효율적이라는 논지를 펼치며 장쩌민 전 주석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을 이끌다 2017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1988년에는 미국에서 6개월간 연수하면서 미국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 미국이 개인주의, 쾌락주의, 민주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에 쇠락할 것이라고 예견한 해당 책은 지난해 중국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왕 서기는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오른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과학발전관'의 이론체계를 잡았다. 또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만들고 미국의 견제에 맞서 '자강론'에 입각한 부국강병을 외치는 시 주석의 공약 역시 모두 왕 서기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이었다.
SCMP는 "왕 서기가 예상대로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되면 시 주석이 지난 16일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서에서 내놓은 대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