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항암제 개발사 인수…美 진출 교두보

입력 2022-10-18 18:39
수정 2022-10-19 00:32
LG화학의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는 신약 개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이 아베오 인수에 쏟아붓는 5억660만달러(약 8000억원)는 지난해 생명과학사업본부 매출(7600억원)보다 많다. LG화학은 미국 항암제 기업을 인수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 항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韓 최초 FDA 신약 보유 회사 인수”아베오의 간판 신약은 신장암 표적 치료제인 ‘포티브다’다. 먹는 항암제로,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 환자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에서 2017년 판매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승인 이후 매출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년 후인 2027년 매출은 5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티브다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병용 임상 3상 중이어서 추가 매출 증가도 기대된다. 옵디보는 지난해 85억달러(약 12조원) 매출을 올렸다.

LG화학 관계자는 “옵디보와 병용 임상에 성공하면 치료제 적용 범위가 확대돼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LG화학으로서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시장에도 발을 들일 기회를 확보했다.

이번 인수는 보스턴에 있는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 자회사인 LG CBL를 통해 이뤄진다. LG CBL이 인수 자금을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면, 이 SPC가 아베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항암 신약 상업화 역량 확보”LG화학의 아베오 인수는 그간 성과가 크지 않았던 신약 개발 사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LG화학은 ‘K바이오 인재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오랜 명성을 누려왔지만 최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년 전인 2012년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가 가장 최근 내놓은 신약이다. 후보물질(파이프라인)만 20여 개가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아베오가 FDA에서 자체 개발 신약을 허가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LG화학의 미국 항암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약이 FDA 허가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효능뿐만 아니라 안정성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FDA와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G화학이 아베오 인수를 결정한 것도 신약 개발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런 경험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신약 개발 단계부터 현지에 특화된 상업화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에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를 포함, 임상 개발 단계에 있는 항암 후보물질 세 개를 확보하고 있다. 모두 2030년 안에 FDA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짧은 기간에 항암제 상업화 역량을 확보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신약을 출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번 M&A를 통해 아베오의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는 만큼 향후 미국에 신약을 출시할 때 시장 진입이 보다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정민/한재영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