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이 다음달 말 사업 종료와 전 직원 정리해고를 전격 선언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 푸르밀 직원들이 망연자실한 것은 물론 500여 개 대리점,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생산·판매해왔던 협력사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과 PB 제품 협력을 진행하던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전날(17일) 오후 사업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해온 협력사에 이런 식으로 사업 종료를 통보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푸르밀과 협력한 PB 제품의 비중이 크지 않아 대체 제조회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문제는 중소 대리점과 원부자재 거래처들이다.
푸르밀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은 500여 곳에 달한다. 푸르밀 관계자는 “거래처들은 푸르밀의 사업 종료로 매출이나 재고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고 통보를 당한 직원들이 출근해 거래처에 상황을 설명하고 재고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고 없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푸르밀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의 부동산 등 자산이 1000억원이 넘는데 530억원의 차입금을 갚지 못해 사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경영자의 책임 회피”라고 토로했다.
푸르밀 노조는 사측에 사업 종료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현재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푸르밀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지분율 60%)과 가족이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신동환 사장이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2018년 적자로 전환된 푸르밀은 지난해에도 133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한때 3000억원이 넘었던 매출은 180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