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직격탄 맞은 2금융권

입력 2022-10-18 17:33
수정 2022-10-19 00:29
금리 인상은 금융회사에 호재라는 통념과 달리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은 최근 급등하는 기준금리를 지켜보며 수익성 악화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조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연 20%) 규제 탓에 대출금리를 마냥 올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로(0)금리 시절 이뤄진 규제의 여파로 2금융권과 취약 차주가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銀 대출금리, 1년째 ‘박스권’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6.24%로 작년 8월(연 3.97%)보다 2.2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연 14.90%에서 연 14.72%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연 24%→연 20%)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0.5%에 불과했다. 이후 기준금리가 연 3%까지 뛰었지만 2금융권이 대출금리를 따라 올리기 쉽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 20%의 법정 최고금리는 연 3%포인트의 연체 이자를 포함한 수치”라며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최고금리는 연 17% 수준”이라고 말했다. 만약 연 19% 금리로 대출받은 차주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연 22%(연 19%+연체금리 3%포인트)가 아니라 연 20% 이자율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플러스 삼호 스타 진주 등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이미 연 18%대에 달하는 저축은행이 적지 않다. 대출금리를 더 올릴 공간이 없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용에 해당하는 수신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1년 만기)는 연 4.72%로 연초(연 2.37%) 대비 2.3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예금상품 금리도 연 5%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1·2금융권의 수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금 대부분을 예·적금에서 조달하는 저축은행은 대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1금융권 대비 높은 수신금리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묶여 있는데 수신금리는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현상이 심화하면서 리스크 관리 비용도 커지고 있다. “저신용자 자금 경색 우려”카드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1월 3일 연 2.420%에서 전날 연 5.711%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국내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대출) 평균금리는 이미 연 16~19%대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당부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같은 기업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기도 여의치 않다.

저신용자의 자금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저축은행 등이 수익성을 내기 위해선 비교적 우량고객 위주로 대출을 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달에 3억원 이상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은 곳이 지난 3월 4곳에서 8월엔 11곳으로 늘었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나 소상공인 등은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마련 목적에서 2금융권을 이용해왔다”며 “굳이 지금 빌리지 않아도 되는 대출고객 비중이 비교적 많은 은행에 비해 타격이 크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국회에선 가계의 금융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대로 더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