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근도 안했다"…카카오 멈추자 택시 매출 10% '뚝'

입력 2022-10-19 14:46
수정 2022-10-19 15:04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시스템이 마비된 지난 15일 택시 호출앱인 ‘카카오T’도 먹통이 되면서 택시업계의 매출이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택시만을 분석한 자료라는 점에서 카카오T와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업계의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에 종속된 택시업계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9일 티머니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 플랫폼들이 먹통이었던 지난 15일 개인택시 기준 영업횟수와 결제금액 모두 평소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토요일이었던 이달 1일과 8일 개인택시의 영업횟수는 평균 55만3523건, 매출액은 평균 63억4020만원이었다. 티머니 관계자는 “15일 티머니 결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결제 건수는 이보다 3만1600건(5.7%)가량 적었고 매출액 역시 5억4460만원(8.6%) 줄었다”고 전했다.

가맹, 비가맹 구분없이 개인택시 기준으로 나온 자료라는 점에서 실제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T와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 기사는 주로 법인택시에 소속돼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T 시스템이 멈추면서 가맹택시 기사들은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카카오T블루와 가맹계약을 맺고 법인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가맹택시 기사들이 열 명 중 세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들은 카카오 측으로부터 콜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경우가 전체 영업의 90%를 차지하는데 콜이 멈춰버리니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보상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택시 기사에게 카카오T 외의 호출을 받아선 안된다고 ‘금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시스템이 마비됐던 지난 주말에도 가맹택시 기사들은 우티나 타다 등 다른 택시호출 어플로부터 콜을 받아 운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 모회사인 카카오 측은 “피해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유료서비스 환불 정도의 보상안외에는 구체적으로 나온 방안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도 카카오의 보상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조합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제공하는 유료멤버십을 가입하거나 ‘벤티’처럼 카카오 측의 호출만 받아 운행하는 기사들은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겠지만, 그 외에는 보상을 받아야 할 논리로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역시 18일 카카오 측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보상안 요구사항은 담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택시는 호출, 호출은 카카오T’로 칭해지는 택시 산업지형에 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낮다. 택시업계는 ‘잡아타는’ 택시에서 ‘불러타는’ 택시 중심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택시 이용 방식 중 플랫폼 택시를 이용하는 비중은 지난해 51.5%로 과반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택시 호출 분야에서 카카오T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카카오T 월 이용자(MAU)는 1050만으로 2위인 우티(49만명), 3위인 타다(11만명)와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이번 사태는 택시업계가 플랫폼에 종속된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그간 택시업계는 플랫폼(카카오T)이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며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비판해왔지만 정작 플랫폼이 멈춘 순간 택시업계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플랫폼을 떠나지도 못하는 처지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