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주가 급락 '악재'에 IPO 앞둔 케이뱅크 부담 가중

입력 2022-10-18 16:05
수정 2022-10-20 13:59
이 기사는 10월 18일 16: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때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며 금융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금리 상승기 자본력을 갖춘 기존 은행의 영향력이 커졌고 카카오톡 장애 사태가 터지면서 인터넷은행의 한계가 드러났다. 경쟁사인 케이뱅크도 예전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PER 1.4배, 상장 이후 ‘최저’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날 1만6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1만5950원까지 하락하며 상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때 43조원을 넘었던 시가총액은 8조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카카오그룹 계열사 주가가 하반기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한 결과다.

IPO를 앞둔 케이뱅크 입장에선 원하는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계산식이 더욱 복잡해졌다. 국내 유일한 인터넷전문은행 상장사이자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다.

케이뱅크가 올해 9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직후 시장에서는 3조~4조원대를 적정 기업가치로 평가했다. 케이뱅크 자기자본 1조7500억원에 PBR(주가순자산비율) 2~2.5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PBR이 2.5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 계산법이었다. 케이뱅크는 내부적으로 7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미 차이가 컸다.

그런데 4분기에 카카오뱅크의 PBR은 약 1.4배까지 떨어지면서 간극은 더 벌어졌다. 이를 적용하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2조45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진다. 여기에 20~30% 할인율을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2조원 안팎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케이뱅크가 진행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약 2조5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시중은행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시중은행의 평균 PER인 0.4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극단적인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PBR 0.4배를 적용하면 케이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7000억원이다.

비교기업을 해외로 넓혀도 상황은 여의찮다. 케이뱅크가 당초 비교기업 후보군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던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인 누홀딩스(NU HOLDINGS)와 노르드넷(Nordnet AB Publ)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50%, 33% 하락했다. ◆케이뱅크, IPO 말곤 마뜩잖은 ‘자본확충 카드’상장 여건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로선 상장 카드를 쉽게 버릴 수 없다. 은행이 지켜야 할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월 말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5.86%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17.31%까지 개선됐던 지표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출범 이후 넉넉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여러 차례 영업이 중단됐던 경험을 했던 케이뱅크로선 경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 증자 등 신규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다. 지난해 유상증자 역시 투자자에 ‘당근’을 제시한 끝에 겨우 성사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신규 주주들에게 동반 매각 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하고 7250억원 규모의 투자 지분에 대해서는 매도 청구권을 설정했다.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 주주인 BC카드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조건이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공모자금뿐 아니라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도 자본으로 재분류되면서 자본확충 효과는 더욱 클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매도 청구권이 붙은 투자 지분(7250억원)에 대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번 상장에 성공하면 해당 금액이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돼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실적 결산 내용을 토대로 내년 초 IPO 공모에 나서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9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심사 승인 효력은 내년 3월 20일까지다. 다만 해외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135일룰'에 따라 2월 중순까진 납입까지 마쳐야 한다. ‘135일룰’이란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