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밤새 큰 폭으로 뛰면서 암호화폐도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두 배 이상 크다는 암호화폐 통념과 달리 S&P500(+2.65%) NASDAQ100(+3.46%)에 크게 못미치는 상승세를 보였다. '거품이 빠졌다'는 관측과 함께 "가상자산의 허브가 되겠다"는 프랑스 정부 발언이나 "소매거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월마트 CEO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암호화폐의 내재가치에 주목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美 기준금리 5% 안간다" 발언에 암호화폐 상승18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1.3%) 이더리움(+1.9%) 리플(+0.7%) 에이다(+0.6%) 솔라나(+3.3%) 도지코인(+1.6%) 등 암호화폐는 소폭 상승했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규모가 수정되면서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완화된 데 따른 상승세로 분석된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새로 임명한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면서 지난달 23일 발표한 450억 파운드 감세안 가운데 320억 파운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96%에서 하루 밤 사이에 36bp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세계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난 15일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내년 3%대로 낮추는 덴 올해 예상 금리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 5%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연 4.6%를 최종금리로 제시한 Fed의 시각을 강조한 셈이다. ◆결제·유통에 암호화폐 도입...커지는 활용도비트코인(18일 오전 10시 기준 1만9562달러)이 1만9000달러대를 유지한 것도 지난 7월초부터 약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크립토윈터(암호화폐의 겨울)을 틈타 사용처가 확대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대표적이다.
마스터카드는 이날 암호화폐 거래소 팍소스의 브릿지 역할을 다른 금융기관과 함께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보유자가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거래소에 보관된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존 램버트 마스터카드 최고디지털책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가상자산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두려움에 선뜻 투자를 선택하지 못한다"라며 "이런 서비스가 금융기관을 통해 제공된다면 투자에 훨씬 더 큰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립토윈터가 지속되는 동안 마스터카드는 핵심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유통 과정에 암호화폐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수레쉬 쿠마 최고기술책임자는 "공급자와 운송사간 물류 거래 자동화를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 규제법(MiCA) 통과로 제도화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유럽연합(EU)에서도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예고하는 발언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를 유럽의 암호화폐 생태계 허브로 만들겠다"며 "EU 지역을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지로 만들고, 프랑스가 그 생태계 안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안전한 은행에 커스터디를 원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BNY멜론의 로빈 빈스 최고경영자는 "고객의 75%가 가상자산에 투자 중이거나 투자를 고려 중"이라며 "90%는 향후 몇년 내에 토큰화된 자산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