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립 60주년을 맞은 어느 기업의 창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반갑게 맞아주는 임원으로부터 회갑연에 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들으니 그 기업의 연륜이 느껴졌다.
필자가 태어나기 한참 전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는 사진을 시작으로 최근 대성공을 거둔 신사업에 이르기까지 60년에 걸친 기록물을 관람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엄청난 연륜이 있는 기업이지만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여전히 젊은 청년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터전이자 기반인 회사는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영구히 존속·발전하여야 한다’는 그 기업의 정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연륜 있는 기업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랜 업력을 지닌 기업이 포진한 산업군은 에너지, 석유화학, 건설, 철강, 식품 등인 것에서 보듯이 이들 기업은 국민의 의식주 실생활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사업보국의 기치 아래 산업화, 현대화를 앞장서서 일군 대한민국 역사와 같은 곳으로,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웠던 시절부터 국민의 생활 수준 개선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기업들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오랜 역사를 거치며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와 재판이 끊임없이 변곡점을 맞으며 변화한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생물에 많이 비유하는데, 진정 기업이야말로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생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기업이 연륜 있는 기업인 것이다. 위 기업도 해당 산업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이제는 그 신사업이 본업과 같은 주력의 위치에 있게 됐다.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같은 테크 기업은 젊은이들이 창업자 정신을 발휘해 위대한 도전을 한 끝에 일군 유니콘 기업이다. 이렇게 세상 변화의 선두에 선 기업들은 여전히 계속 나와야 하고, 이런 기업들의 탄생에 열화와 같은 성원이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실생활을 지탱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연륜 있는 그러나 청년 같은 기업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면서 풍요로운 현세대를 연 일등 공신이고, 앞으로도 국민의 실생활을 지탱해 줄 기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