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는 누가 봐도 금속으로 만든 악기다. 높고 화려한 음색에 걸맞게 외모도 반짝반짝 빛난다. 니켈 구리 아연 등을 섞어 만들거나 순은 또는 순금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플루트를 트럼펫, 트롬본, 호른과 같은 ‘금관악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플루트는 엄연한 ‘목관악기’다. 흑단나무 등 목재로 몸통을 만드는 클라리넷, 오보에와 형제란 얘기다. 금속으로 만든 플루트는 왜 목관악기로 분류될까.
이유는 ‘출생의 비밀’에 있다. 플루트는 역사가 가장 긴 악기로 꼽힌다. 인류가 금속을 쓰기 전부터 피리 형태로 우리 곁에 있었다. 당시 재료는 당연히 나무였다. 금속으로 만든 건 19세기에 들어선 뒤부터다. 독일의 악기 제작자이자 연주자였던 테오발트 뵘이 더 큰 음량을 내기 위해 재료를 바꿨다. 현대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이른바 ‘뵘식(式) 플루트’다. 금속으로 만들면 온도와 습도 변화에 강하다.
요즘에도 ‘나무 플루트’로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17~18세기 고(古)음악을 재현할 때다. 나무 플루트는 금속 플루트보다 음색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수석 플루티스트 김유빈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연 독주회에서 나무 플루트로 바흐와 헨델 음악을 연주했다.
플루트를 목관악기로 분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소리를 내는 방식이 금관보다는 목관악기에 가까워서다. 관악기는 소리를 낼 때 입술 진동 이용 여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목관악기는 입술을 진동시킬 필요 없이 관에 숨만 불어넣으면 관 속의 공기가 진동해 소리가 난다. 반면 금관악기는 관 입구의 마우스피스에 입술을 붙이고 떨어서 소리를 만든다. 입술이 악기의 일부인 셈이다. 플루트는 목관악기처럼 바람을 불어넣어 연주한다.
플루트처럼 금관인지 목관인지 헷갈리는 악기가 하나 더 있다. 색소폰이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놋쇠로 만들었지만 목관악기로 분류한다. 나무로 만든 ‘리드’를 통해 관 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알프호른’(알프스 지역 목동들이 불던 원뿔형의 긴 관악기)은 나무로 만들지만, 입술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금관악기로 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