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악취 배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제조업체인 제일산업개발이 경기 안양시장을 상대로 낸 악취 배출시설 설치신고 반려 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제일산업개발의 악취 배출시설 설치·운영 신고를 반려한 안양시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제일산업개발은 2004년부터 안양시 만안구에서 아스콘 제조공장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대기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악취와 먼지 등으로 주민 민원이 빈번하자 2017년 6월 안양시는 공장 시설을 ‘신고 대상 악취 배출시설’로 지정했다. 경기도는 같은해 11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제일산업개발은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을 설치해 2018년 3월 경기도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같은해 5월과 7월 안양시에 낸 악취 배출시설 설치·운영 신고는 모두 반려됐다.
제일산업개발은 이 같은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악취 배출시설 설치·운영 신고를 시가 반려할 권한이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1심은 안양시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제일산업개발 승소로 결론 내렸다.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악취방지법과 시행령이 정한 신고 절차 및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관할 행정청은 악취 배출시설 설치·운영 신고의 수리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기지사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허가했지만, 피고(안양시장)로서는 악취 발생 억제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해 악취 배출을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안양시의 19차례에 걸친 공장 집중 단속·조사로 손해를 봤다’며 제일산업개발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1·2심은 이 소송에서 안양시의 책임을 인정해 제일산업개발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은 “조사·단속이 부당한 목적에서 이뤄진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