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3년 만에 기능올림픽 찾은 까닭

입력 2022-10-17 17:40
수정 2022-10-24 16: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술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과 8월 사업장 현장 경영 때 강한 기술력을 언급한 데 이어 17일 국제기능올림픽 폐막식을 찾아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등 주력 제품 시장에서 후발 업체들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미래사업 분야에선 치열한 기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데 따른 위기감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 참석했다. 국가대표로 참가한 삼성 계열사 임직원 22명 등 35개국에서 온 133명의 선수단이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올림픽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대표해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그는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조 현장의 젊은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며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맨주먹이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개발(R&D) 등 기술 현안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기능올림픽 현장을 찾은 건 2009년 9월 캐나다 캘거리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현장의 경쟁력은 기술 인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전국 공업고교교장회 오찬, 기능올림픽 입상자 간담회 등을 열며 기술 인재를 격려해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관심을 반영해 2007년부터 16년간 국내외 기능경기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삼성 주요 계열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숙련 기술 인재 1424명을 특별 채용했다.

최근 이 부회장은 기술력의 중요성을 지속 설파하며 기술 경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8월 특별사면 이후 첫 공식 행사로 ‘기흥 R&D단지 기공식’을 택하고 임직원에게 “기술 중시의 전통을 이어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등 최고경영진이 미국 실리콘밸리 채용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의 잇단 기술 경영 발언이 세계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오시아 등이 발끝까지 따라온 상황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산업에선 초미세 공정의 기술 주도권을 놓고 대만 TSMC와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