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이르면 내년 중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표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우리 증시에 내놓을 방침이다. 기존에 냈던 미국 관련 ETF와 다른 점은 S&P500 등 미국 대표지수를 ETF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수 내 테마를 세분화한다. 이른바 '변형 비중 방식 지수 ETF'다. '해외지수형'의 강자 타이틀을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 파이를 끌어오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최창규 ETF컨설팅본부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KODEX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준비 중인 주식형 ETF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만간 '미국 S&P500 기후변화 ETF'(가칭)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출시 시기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해외 지수형 ETF'는 많아도 대표지수 내 테마를 콕 집어 상장한 ETF는 드물었다. 삼성자산운용으로선 첫 시도가 될 전망이다. 대표지수를 전통적인 시가총액 방식이 아닌, 동일가중이라든가 새로운 분류 기법에 의해 추려내는 것을 업계에선 '변형 비중 방식 지수 ETF'라고 부른다. 기존의 'KODEX 미국S&P500바이오' 'KODEX 미국S&P500산업재' 등 섹터 ETF와는 다른 성격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기존 산업분류에 있는 섹터를 활용한 것으로, 전통적인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구성된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미국 관련 ETF들이 이미 많지 않지 않느냐는 시선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미 대표지수를 고집하진 않을 것이다. 해당 지수를 세분화해 다양한 테마의 대표지수형 ETF를 내놓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올해 인수한 미 ETF 운용사인 앰플리파이와 적극적 공조에 나설 예정이다"고 했다. 덧붙여 "뉴욕과 홍콩, 런던 현지 법인(거점)을 아우르는 글로벌 ETF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글로벌을 대표하는 ETF로 우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력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염두에 둔 선언으로 풀이된다. 국내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지수형'의 강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지수형'과 '국내외 테마형'의 강자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시장 점유율을 위협 받고 있는 만큼, 국내지수형을 넘어서 글로벌형 ETF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확대해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 ETF 시장에서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코덱스(KODEX)'는 올해로 스무 살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ETF 업력이 스물에 이른 것에 큰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업계 선두 운용사로서 10년 내 시장 규모를 300조원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연 평균 6%가량씩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러한 기세를 봐선 ETF 시장 규모는 현재 77조원 수준에서 10년 내 약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희망 섞인 예상이라고 생각하실 순 있겠지만 업계 운용사 리더로서, ETF 시장의 선구자로서 시장 규모를 이처럼 확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향후 20년의 성장 전략들을 제시했다. 크게 나누면 △해외투자 ETF 상품 공급 확대 △액티브 ETF 시장 내 우수한 상품 선제 출시 △채권형 ETF 시장 확대 노력 △투자 솔루션이 내재된 자산배분형 ETF(TDF ETF·TRF ETF·채권혼합형 ETF) 지속 출시 등 네 가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