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영국 보수당 의원들이 트러스 총리의 사임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인 가디언에 따르면 크리스핀 블런트 보수당 의원은 이날 현지 방송인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트러스 총리의 향후 거취에 대해 "게임이 끝났다"며 "이제는 그 다음 자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할 때"라고 말했다. 로버트 할폰 보수당 의원도 이날 타임스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트러스 총리는 지난 몇 주간의 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시기를 예상하는 정계 목소리도 나왔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채널4의 방송을 인용하며 "트러스는 오는 크리스마스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날 ITV뉴스의 정치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인 로버트 페스턴도 트위터를 통해 "많은 보수당 의원과 관계자들로부터 트러스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다음주 트러스 총리는 회생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스턴은 리시 수낙 전 영국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영국 하원의장,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 등을 차기 총리 후보로 꼽았다.
종교계도 트러스 총리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저스틴 웰비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날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러스 총리가 강조했던 '낙수 효과'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낙수 효과는 부유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 경제 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트러스 총리가 지난 23일 내놨던 감세 정책의 이론적 근간이 되기도 했다. 이 감세안은 긴축을 추구하는 영국중앙은행(BOE)의 금리 인상 기조와 충돌하면서 시장 혼란을 낳았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재정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지난 14일 콰지 쿼텡 당시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제레미 헌트 전 외무장관을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헌트 장관은 감세 대신 일부 세금을 증세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이날 가디언은 "오는 17일은 트러스 총리에게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이날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오르면 그는 곧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사임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