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는 과작(寡作)의 작가다. 평생 50여 점밖에 안 그렸다. 현존하는 건 30여 점에 불과하다. 그의 삶이 어땠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생몰연도와 결혼한 해, 화가조합에 가입한 사실 정도가 남아 있는 정보의 전부다. 하지만 밝으면서도 깊은 색채 덕분에 그의 작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플루트를 든 소녀’가 위작이라고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가 발표하자 미술계가 충격에 빠진 건 이런 이유에서다. 미술관은 1942년 이 그림을 기증받아 페르메이르의 그림으로 소개해왔다.
앞서 미술계 사람들이 “다른 작품보다 품질이 약간 떨어진다”며 위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술관이 정밀 분석한 결과 다른 결론이 나왔다. 이 작품에 사용된 물감 입자가 진품에 비해 조금 더 굵은 것으로 나타난 것. 페르메이르의 가족이나 제자 등 가까운 사람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