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 뒤 신호 바뀝니다"…교통정보 꿰고있는 '바이두 택시'

입력 2022-10-16 17:57
수정 2022-10-17 00:31

자율주행차 바람이 전 세계에 불어닥친 건 2010년을 전후해서다. 아우디, 구글 등 완성차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은 자율주행은커녕 번듯한 자동차 브랜드도 없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구글 웨이모가 미국 일부 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고, 테슬라가 무인차 바로 아래인 ‘레벨4’ 기술을 탑재한 것 정도가 가장 앞선 사례다. 그런데 2017년 자율주행에 본격 뛰어든 중국의 바이두가 작년 말 레벨4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14일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아폴로파크에서 바이두의 로보택시에 탑승했다. 아폴로는 바이두의 자율주행기술 브랜드다. 바이두와 자율주행기술 스타트업 포니ai는 작년 11월부터 이좡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해 차량을 호출하고, 목적지에서 내리면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바이두의 로보택시가 다른 로보택시 또는 자율주행차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교통 시스템과의 연계다. 주요 지점의 신호등, CCTV 등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량은 어느 경로로 가는 게 가장 빠른지, 사고 위험은 없는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로보택시 내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장착된 모니터에선 차량의 주행 정보와 함께 전방의 신호등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빨간 불이 몇 초 뒤에 푸른 불로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도 신호등을 인식하는 기술을 쓰고 있다. 차량 내 모니터에서 전방 신호등 상황도 보여준다. 하지만 신호등과 차량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아폴로파크에선 로보택시가 운행하는 지역의 교통 현황 정보를 파악하고 처리해 차량으로 송신해 주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정부가 관련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중국 정부의 자율주행기술 육성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율주행차와 도시의 교통 시스템을 연계하면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사고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시스템을 무시하는 차량이 나타나면 다른 차량에 경고해줄 수도 있다. 바이두는 이런 시스템을 확립하면 교통사고를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내 교통 체계와 도로 위 차량을 모두 연결하면 차량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바이두는 ‘아폴로 에이스’라는 브랜드로 이런 스마트 교통 시스템 사업을 하고 있다. 첫 사업은 2019년 베이징 남서쪽 바오딩시에서 시작했다. 시내 중심가 84개 신호등에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을 장착했다. 바오딩시는 러시아워 통행 시간을 30%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바이두 자율주행기술을 장착한 차량은 교통 시스템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바이두는 3월 말 기준 중국 41개 도시에서 스마트 교통 사업을 따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완성차업체와 협업하면서 로보택시 사업을 키웠다. 자사 자동차가 없어도 주행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전략이다. 2017년 아폴로 출범 이후 30여 개 도시에서 누적 3200만㎞의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아폴로 로보택시는 5세대로, 바이두는 레벨4 자율주행을 장착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는 자율주행기술을 레벨1에서 레벨5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레벨5는 무인차, 레벨4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차량이 스스로 문제를 처리하며 운전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바이두는 최근 6세대 로보택시도 선보였다. 6세대의 특징은 운전대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자율주행을 미래 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양대 축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선점하면 그동안 서방 국가에 끌려다니기 바빴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