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65% 급락에도…현장에선 "물류난 여전"

입력 2022-10-16 17:29
수정 2022-10-17 00:42
글로벌 해상운임이 1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1년1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침체 공포가 엄습하면서 경기 선행 산업인 해운업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운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4일 1814.0으로 전주 대비 108.95포인트 하락했다. SCFI는 산출 시작일(2009년 10월 16일)을 1000으로 보고 운임지수를 산출한다. 6월 중순부터 17주 연속 하락세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올 1월 초(5109.60) 대비 64.5% 급락했다. 해상운임은 코로나19에 따른 선복량(적재공간) 부족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 SCFI가 2000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4월 3000, 7월 4000, 12월엔 5000을 연이어 돌파했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물동량이 감소해 해상운임이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가격을 뜻하는 해상운임은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선복량 대비 실어야 할 물건이 많으면 운임은 상승하고, 반대로 물건이 적으면 내려가는 구조다.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물류난이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라는 목소리가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실제로 부산신항 4부두(HPNT) 터미널엔 여전히 컨테이너가 수직으로 최대 6단(약 15m)까지 빼곡히 쌓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HMM 측의 설명이다. HMM 관계자는 “물류난이 극심했던 작년에 비해선 상황이 나아졌지만 물류량이 급감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SCFI가 1814.0까지 하락한 현 해상운임도 높은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해상운임지수는 1000을 넘은 적이 없다”며 “예전 대비 지금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 최대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주요 항만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또다시 해상운임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급격한 선복량 감소 여파로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운임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