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수억씩 '뚝뚝'…'신고가' 찍던 새 아파트 어쩌다가

입력 2022-10-16 10:29
수정 2022-10-16 14:08
'신드롬' 수준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새 아파트가 이제는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신축 아파트의 거품이 가장 빠른 속도로 꺼지는 셈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전국 5년 이하(사용승인 시점 기준)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35% 떨어진 99.7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 6월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6월 셋째 주 이후 처음이다.

신축아파트 가격은 작년 12월 셋째 주 하락 전환한 뒤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수도권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이달 둘째 주 99.8(-0.45%)로 떨어졌다.

신축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구축보다 하락세가 더 심했다. 작년 12월 첫째 주와 올해 10월 둘째 주 지수를 비교하면, 신축아파트는 104.7에서 99.7로 5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는 104.7에서 101.8로 2.9 하락했고, 10년 초과∼15년 이하(105.8→103.8), 15년 초과∼20년 이하(106.4→104.7), 20년 초과(106.6→106.2) 등으로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작았다.

실제 입주 5년차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지난 5월 23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매도 호가는 20억~21억원으로 하락했다. 입주 3년차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도 전용 84㎡가 지난 4월 19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4개월이 지나 14억8000만원에 거래돼 순식간에 5억원이 빠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입주 3년차인 '포레나노원' 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10억5000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난 8월에는 8억87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러한 하락거래는 서울 뿐만 아니다. 4년차인 경기도 수원시 '광교 중흥S-클래스'는 전용 84㎡가 지난달 12억원에 매매되면서 화제가 됐다. 2층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11월에 18억원(17층)에 거래된 것과 단순비교하면 1년도 안돼 6억원이 빠진 셈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같은 면적의 16층 실거래가는 14억5000만원이었다. 이와 비교해도 10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 하락하게 됐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거품 수준으로 오른 까닭은 전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영향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를 목적으로 8·2대책을 발표했다.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대거 도입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을 포함시켰다. 이후 임대주택등록활성화 방안과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까지 발표되면서 시장에 매물이 대거 잠겼다.

그나마 거래가 가능했던 새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서울에서 거래 가능한 신축 아파트가 줄면서 수도권으로 영향이 확대돼 신축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넘어서는 등의 랠리가 펼쳐졌다.

한편 부동산R114가 올해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아파트 매매가는 0.03% 올랐지만, 입주 1∼5년 차 신축아파트만 1.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입주 6∼10년 차 준신축이 0.35% 오르고 입주 10년 초과 구축이 0.13%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