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지난 몇 달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뜨겁게 달군 것은 다름아닌 월드컵 테마 코인이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블록체인 기반 스포츠 플랫폼 소시오스닷컴(socios)이 발행한 토큰 칠리즈(CHZ, Chilliz)다.
칠리즈는 월드컵이 4달 남은 시점인 지난 7월, 30% 가까이 상승하더니 8월 한 달동안은 약 86% 급등하며 알트코인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 달까지도 이어진 상승세는 10월 들어 꺾이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소위 내러티브(Narrative·이야기)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이 마치 비트코인(BTC)의 반감기처럼 유명 축구 구단들과 파트너십 체결한 칠리즈의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당시 스포츠 관련 가상자산 올스포츠(SOC, All Sports)와 웨이키체인(WaykiChain, WICC)이 월드컵 내러티브의 수혜자가 됐던 것 과 유사하다.
스포츠 정보 제공 및 결과 예측 플랫폼 올스포츠는 월드컵 기간동안 1163%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스포츠 콘셉트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웨이키체인은 월드컵이 시작하기 한달 전 상승을 시작해 704% 급등했다. 이들은 실제로 월드컵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증시의 '테마주'처럼 대중의 기대 심리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팬 토큰의 강자 칠리즈, 피파와 계약한 알고랜드팬 토큰의 분야의 절대 강자는 칠리즈다. 바르셀로나(BAR), 맨체스터 시티(CITY), 파리 생제르망(PSG), 유벤투스(JUV), 아스날(AFC) 등 바이낸스 기반 팬 토큰 4여종을 제외한 나머지 팬 토큰은 칠리즈 체인에서 발행됐다.
스포츠 구단은 칠리즈의 '팬 토큰 오퍼링(FTO)' 방식을 통해 자체 팬 토큰을 발행하고, 토큰 보유자에게 구단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투표 권한(거버넌스),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념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수익 창출 모델 다각화하는 동시에 시공간의 제약없이 전 세계의 다양한 팬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각 구단은 자유롭게 자체 팬 토큰의 토크노믹스를 설계할 수 있다. 승리 횟수에 비례하게 토큰을 소각한다면 구단의 실적이 팬 토큰 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구조가 된다. 소시어스닷컴의 활성화는 곧 플랫폼의 기축통화인 칠리즈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이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알고랜드(ALGO)도 이번 월드컵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알고랜드가 지난 5월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의 공식 블록체인 플랫폼사가 됐기 때문. 피파는 월드컵 경기 하이라이트를 담은 이미지, 예술 작품 등을 알고랜드 기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언 폭스 알고랜드 선임 개발자 애드보케이트는 지난달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10억명 가까이 되는 피파 팬들이 알고랜드 블록체인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것"이라며 알고랜드의 글로벌 확장성을 강조했다. 축구 팬 토큰 인덱스 출시도…극단적 변동성 주의지난달 1일 바이낸스는 '축구 팬 토큰 인덱스(Football Fan Token Index)' 무기한 선물 계약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현물 시장에 상장된 특정 축구 클럽 팬 토큰의 시장 실적을 추적하는 가상자산 가격 지수로 일종의 상장지수펀드(ETF)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미래에는 더 많은 스포츠팀들이 팬 토큰을 발행해 스포츠기금을 마련할 것"이라며 "토큰을 보유한 팬들은 생태계가 확장될수록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자오 CEO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메시가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하면서 연봉 일부를 생제르맹(PSG) 팬 토큰으로 받는 계약을 체결한 예를 들며 "향후 메시 사례가 일반화 돼 팬 토큰 생태계에 유명 선수들이 직접 개입하는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팬 토큰의 가치가 적절한 내재 가치에 수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대부분의 팬 토큰은 구단이 물량을 과점하고 있어,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가격을 부풀린 뒤 물량을 대거 매도하는 행위)'에 유리한 구조"라며 "발행량이 많아 시가총액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대다수의 물량이 락업 상태로 총 발행량 대비 유통량이 크지 않다"고 경고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기존의 제도권 금융시장과 동조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러티브에 편승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지는 미지수"라면서 "투자자들은 투자 자산의 적정 가치가 얼마인지 분석하고 본인만의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투자 방식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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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told_u_so@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