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살 은폐·왜곡"…감사원, 서훈·박지원·서욱 수사 요청

입력 2022-10-13 21:05
수정 2022-10-14 02:23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하기로 했다. 수사 요청 대상에 오른 전 정부 관계자는 서 전 실장 등을 포함해 20명에 이른다.

감사원은 13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수사 요청에 따른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2020년 9월 발생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감사한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실제 정보 수집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 아니라 국가안보실 방침을 기반으로 사건에 대한 종합 분석 및 발표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국방부는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았고, 국정원 역시 의도적 월북 가능성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자진 월북을 전제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안보실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월북 의도가 낮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해경 역시 2차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황과 반대되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의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씨의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안보실은 추가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피살·소각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는 이 사실을 일단 제외한 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통일부, 해경이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씨 발견 정황을 최초로 보고받은 뒤에도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검토하지 않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통일부는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억류·위해가 발생하면 송환 조치를 해야 함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후 상황을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가안보실에 대해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북 통지 등의 주관 부처인 통일부는 제외하고 해경에만 상황을 전달했고, 대응 방향 결정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이 ‘월북 조작 사건’임이 드러났다며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처음부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비틀고 뒤집은 조작 감사”라며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한 표적 감사에 맞서 정의와 진실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