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에 진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대형 건설회사의 브랜드 대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집값 하락폭도 작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중견 건설사에 비해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규제가 풀린 지방 분양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에만 대전·대구·부산·광주·울산 등 5대 광역시에서 2만707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대구가 9111가구로 가장 많고 대전(7776가구) 부산(7560가구) 광주(1327가구) 울산(1301가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주로 인기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가 4분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건설이 대전 유성구에서 선보이는 ‘포레나대전학하’와 GS건설·포스코건설·SK에코플랜트가 부산 부산진구에서 시공하는 ‘양정자이더샵SK뷰’가 대표적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이사는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과 세종을 비롯한 지방을 모두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움츠러들었던 분양 시장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실수요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브랜드 대단지 공급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대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연 8%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불어난 이자 부담 우려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매매 시장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 브랜드 대단지에 대한 실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공인중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향 조정 국면에서 가파른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을 때 가치 상승 폭도 더 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브랜드 대단지 선호 현상은 청약 경쟁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00가구 이상 브랜드 대단지는 총 24곳으로, 평균 18.7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전체 평균 경쟁률(9.57 대 1)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높은 수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는 내부 설계나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지역에서도 시세를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지방의 경우 희소성도 있어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선호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