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임상시험 중인 국내 바이오업계가 울상이다. 자금 조달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고환율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자 임상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벤처 A사는 지난해부터 미국 임상대행업체(CRO)를 통해 진행하던 미국 임상 1상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하기로 계획을 틀었다. 환율 상승 여파로 20억원으로 잡았던 임상 1상 비용이 약 20% 늘어난 영향이다. 또 주가 하락 등으로 바이오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거의 멈추면서 자금 조달도 막힌 상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진행한 다국가 임상시험은 421건으로 전체 임상(842건)의 절반을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의약품 개발이 늘면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임상 때 주로 현지 CRO를 활용한다. 비용은 대부분 달러로 지급한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CRO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올해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는 “신약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업계와 CRO 간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