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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12일(현지시간) 4분기 가이던스(실적)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안 때문이다. 규제안의 여파로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중국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반도체 수요 급감 속에 규제안이 이들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이던스 낮추고 中에서 철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4억달러(약 5700억원)가량 낮췄다. 기존 62억5000만~70억5000만달러에서 61억5000만~66억5000만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대중 수출 규제로 4분기에만 2억5000만~5억5000만달러가량의 순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며 “정부 규제가 내년 1분기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중국 사업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상주하는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에 설치된 기존 장비 지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비 설치도 중단했다.
KLA는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국 내 직원들에게 중국 지역 고객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KLA, 램리서치의 주가는 모두 최근 한 달 새 15% 이상 급락했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90% 내린 2198.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지수는 최근 5거래일간 12.76% 하락했다. 美 기업 잡는 대중 규제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전망치를 낮추고 중국에서 발을 빼는 것은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대중 반도체 규제안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 기업과 정부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 기업 소유라면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제한된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사업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미 상무부가 미국 기술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미검증 명단’에 포함된 30여 곳 중 하나다.
미국 정부의 이번 규제가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이미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감소 역풍을 맞은 상태다. WSJ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견제하는 정부의 조치가 미국 반도체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대표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인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3개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