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대로 올라서면서 은행 예금이 핵심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3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정기예금에 몰렸다. 지난달에만 32조5000억원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됐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20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 5%에 육박하는 예금금리 상품이 늘면서 은행으로 돈이 쏠리는 ‘역(逆) 머니 무브’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6조4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8조7000억원)의 네 배 이상 규모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기업 자금 유입, 은행권의 자금 유치 노력 등이 겹쳐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정기예금 증가액은 13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8.7배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1~9월 정기예금에서 7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초저금리와 국내외 주식시장 활황이 맞물리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건 금리가 오르면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2.5%포인트 올라 10년 만에 연 3%로 올라섰다. 정기예금은 특히 한은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7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6월 정기예금 증가액은 9조4696억원였지만, 이후 △7월 31조6574억원 △8월 21조1877억원 △9월 32조4812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올해 늘어난 정기예금의 3분의 2(85조3263억원)가 최근 3개월 사이 유입된 것이다. 특히 지난달 정기예금 증가액은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이 전날 두 번째 빅스텝을 밟은 데다 향후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올릴 전망이어서 은행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금식예금에선 지난달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수시입출금식예금에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상품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의 수신액은 지난 한 달간 12조4000억원 줄었다. 단기 자금을 굴리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0조9000억원이 급감했다. 채권형 펀드(-2조3000억원)와 주식형 펀드(-3조1000억원)에서도 돈이 빠져나갔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대출은 1조3000억원 줄었다. 9월 기준 첫 감소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주택 거래가 부진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