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신부 조각상 세운다

입력 2022-10-13 15:01
수정 2022-10-13 17:07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 성인(聖人)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조각상이 세워진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0~13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추계 정기총회를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

1821년 태어나 1846년 순교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최초의 한국인 사제다.

앞서 주교회의는 2020년 11월 29일~2021년 11월 27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禧年·Jubilee)'으로 지정했다. 희년은 교회 역사상 중요한 사건을 50년 혹은 100년 단위로 기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유흥식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대건 신부 조각상 봉헌 의사를 밝혔다. 교황의 승인을 받아 현재 성 베드로 대성당 외부 벽감(성당 외벽에 성인상 등을 안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간)에 설치할 대리석 조각상을 제작 중이다. 주교회의는 이 비용을 모든 교구가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한진섭 작가(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가 조각상 제작을 맡았다. 카라라 대리석을 이용해 3.77m 높이로 제작한다. 주교회의 설명에 따르면 조각상은 한국의 전통적인 갓과 도포를 입은 모습으로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을 강조할 예정이다.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한다. 아직은 구체적인 봉헌 시점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은 전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이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거대한 돔 양식이 유명하다.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 등 수많은 성상과 벽화가 있어 엄숙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서 8월 유흥식 추기경의 서임식이 거행된 바로 그 장소다.


그밖에 주교회의는 교구별 성인 유해 안치 현황을 공유하고 관리 방안을 정했다. 앞서 김대건 신부 척추뼈가 담긴 유해함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와 논란이 됐던 걸 고려한 후속 조치다.

성인 유해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되, 교구에 신고하도록 했다. 개인이 더 이상 보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에는 반드시 교구에 인계해야 한다.

유해 확인 증명서가 없는 경우에는 진짜 유해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이는 교황청 시성성 훈령 '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에 따라 각 교구에서 교구장과 교구장 대리가 정하기로 했다.

또 매년 ‘군인 주일’과 추석 연휴가 겹치는 상황이 반복되자 내년부터 ‘군인 주일’을 기존 ‘10월 첫째 주일’에서 ‘10월 둘째 주일’로 옮겼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