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 가치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46엔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처음 엔화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효과가 한 달도 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6.12달러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를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가 145엔 후반까지 떨어진 지난달 22일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외환보유액의 달러 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이후 엔화 가치는 한때 140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만에 엔화 가치는 시장 개입 이전보다 더 하락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또다시 시장에 개입할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과도한 환율 변동에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대부분 전문가는 일본은행이 현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한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려는 자금의 움직임을 차단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매력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주요 7개국(G7)뿐 아니라 한국에도 뒤처졌다”며 “오랜 금융 완화의 부작용으로 인해 경제의 신진대사가 끊겼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