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MPS 총회 참관기] 자유주의 가치 일깨운 몽펠르랭 총회

입력 2022-10-12 17:32
수정 2022-10-13 00:08
2022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Mont Pelerin Society) 총회(사진)가 지난 4~8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렸다. 1947년 4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교수를 포함해 경제학자, 철학자, 기업가, 언론인 등 39명이 스위스 휴양지 몽펠르랭에 모여 자유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갈 것을 목적으로 MPS를 창설한 뒤 세계 유명한 도시에서 연차총회를 개최해왔다. 올해 MPS 창립 75주년을 맞은 총회의 주제는 ‘자유주의 연구기관과 국제질서(Liberal Institutions and International Order)’였으며, 근래 드물게 43개국에서 38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큰 성황을 이뤘다.

나흘간 발표와 토론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미·중 간 패권 경쟁으로 세계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측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금은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큰 세계무역기구(WTO)지만 미래는 상당히 불안정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러시아의 도발성을 인지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는 공동군사, 공동방어, 공동보건 정책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향후 기후와 환경 변화에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2022년 창립 75주년을 맞이해 MPS 총회가 노르웨이에서 열린 것을 노르웨이 국민과 학자들은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원래 MPS 개최 일정은 2020년 9월 1~5일로 정해져 있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탓에 2년 정도 뒤로 미뤄졌다. MPS 총회를 한 번 치르고 나면 그 나라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좋아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9월 초보다 10월 둘째 주는 노르웨이와의 관계가 돈독한 스웨덴에서 노벨상을 발표하는 시기와 맞물려 행사 의미가 배가된다.

특히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붙어 있어 노벨경제학상을 가끔씩 받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분야의 노벨상과 달리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수여됐다. 그해 노르웨이의 랑나르 프리슈가 네덜란드의 얀 틴베르헌과 공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 후 1989년 트뤼그베 호벨모가 두 번째, 핀 쉬들란은 노르웨이 학자로서 세 번째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쉬들란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경기순환 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2년 MPS 총회를 총괄적으로 지휘한 사람은 노르웨이 학자인 노르드바켄이었다. 그는 ‘21세기를 위한 자유주의의 재창조’ 세션의 좌장을 맡으면서 “하이에크 이후의 자유주의(liberalism) 개념은 좀 더 구체적이며 실용적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한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법치, 민주주의, 시장경제, 시민사회 등 네 가지 요소가 인간 자유(liberty)의 하부구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7년 하이에크가 시작한 자유주의가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의미를 갖기까지 75년이 걸린 셈이다. MPS 정규회원은 500여 명이다. 정규회원은 영미 계통 회원 40%, 유럽 계통 회원 40%, 기타회원 20%로 구분된다. 필자는 2018~2022년 MPS 8인 운영이사회의 1인으로 활동했다. MPS 회원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며 또 연구한다.